
미국은 왜 지금 ‘달러의 왕좌’를 다시 선포했는가
금값 급락이 드러낸 미국 경제의 다음 시나리오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지난 칼럼에서 필자는 “금리는 내렸지만, 방향은 바뀌었다 ― 내년 미국 경제, 완화의 끝과 긴장의 시작”이라는 제목을 통해, 미국이 겉으로는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성은 이미 전환되었다는 점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이번 칼럼은 그 연장선입니다. 최근 발생한 금 가격의 급격한 조정은,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방향 전환’이 실제로 시장에 작동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첫 번째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값의 급락은 단순한 자산 가격 조정이 아니라, 미국이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의도된 금융 메시지에 가깝습니다.
1. 금리는 내렸지만, 달러를 둘러싼 태도는 바뀌었습니다
지난 칼럼에서 강조했듯이, 미국은 이미 금리 인하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금리 인하는 결코 완화의 재개를 의미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고금리 유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달러의 신뢰만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현실적 타협이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최근의 금 가격 급락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금리는 낮추되, 달러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에는 분명한 선을 긋겠다는 의지가 자산 시장을 통해 드러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게 달러는 통화가 아니라 체제의 기둥이며, 달러 신뢰가 흔들리는 순간 국채 시장과 재정 구조 전체가 동시에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2. ‘방향 전환’은 말과 인사를 통해 증명됩니다
미국은 언제나 정책보다 먼저 신호(Signal)를 바꾸는 국가입니다. 약달러를 용인하던 발언이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자, 미 행정부와 재무 당국은 빠르게 메시지를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인사 카드가 함께 제시되며, ‘방향 전환’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의 형태로 굳어졌습니다.
이때 등장한 카드가 바로 케빈 워시의 연준 의장 지명입니다. 통화 완화에 극도로 신중하고, 인플레이션과 자산 버블을 강하게 경계해 온 인물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은, 금과 같은 대안 자산으로 쏠리던 시장에 대해 사실상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 셈입니다.
“금리는 내려갔지만, 정말로 긴장이 끝났다고 생각하십니까?”
금 가격의 급락은 이 질문에 대한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완화’라는 단어가 주는 심리적 안도감이 작동하는 순간, 미국은 다시 한 번 ‘달러의 질서’를 재확인시키는 장치를 가동한 것입니다.
3. 38조 달러 부채가 만든 미국의 한계
다만, 지난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미국의 선택지는 넓지 않습니다. 미국의 국가 부채는 이미 38조 달러(약 5경 원)에 달하며, 금리를 다시 올려 달러를 방어하는 방식은 국채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 오래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결국 미국은 금리는 낮추되, 심리는 조이지 않으면 안 되는—즉 완화처럼 보이면서도 긴장을 유지해야 하는—극도로 어려운 국면에 진입해 있습니다. 이번 금값 급락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 결과라기보다, 균열을 늦추기 위한 시간 확보 전략으로 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해석일 것입니다.
4. 자산은 이제 명백히 정치의 영역에 들어왔습니다
금, 달러, 국채는 더 이상 중립적인 금융 자산이 아닙니다. 금은 탈달러를 모색하는 국가들의 선택지이고, 달러는 미국의 전략 자산이며, 국채는 미국에 대한 신뢰를 수치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완화의 끝과 긴장의 시작’은 바로 이 지점에서 현실이 되고 있으며, 금 가격의 조정은 그 첫 장면에 불과합니다.
맺음말: 방향은 이미 바뀌었습니다
독자 여러분, 금리는 내려갔지만 방향은 분명히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금 가격 급락은 그 방향 전환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옮겨졌음을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미국은 여전히 달러의 왕좌에 앉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왕좌는 끊임없는 관리와 희생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글로벌 경제의 핵심 변수는 금값이 아니라, 미국이 이 긴장 상태를 얼마나 오래 통제할 수 있는가가 될 것입니다. 필자는 다음 칼럼에서도 이 흐름을 이어가며, 미국 경제의 다음 선택지를 계속해서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